logo
[도쿄/로스앤젤레스/하노이 특파원 리포트]“김은 이미 세계 음식이다”글로벌 김산업 격변기… ‘한국의 김’에서 ‘김의 글로벌 표준’으로 진화 중
기관 소식

[도쿄/로스앤젤레스/하노이 특파원 리포트]“김은 이미 세계 음식이다”글로벌 김산업 격변기… ‘한국의 김’에서 ‘김의 글로벌 표준’으로 진화 중

김저널 특파원
입력

[도쿄/로스앤젤레스/하노이 특파원 리포트]

“김은 이미 세계 음식이다”

글로벌 김산업 격변기… ‘한국의 김’에서 ‘김의 글로벌 표준’으로 진화 중

일본은 자동화, 미국은 브랜드화, 동남아는 식문화 융합 중… 한국 김산업, 기술보다 전략이 필요하다

■ [일본] ‘노리’는 기술 산업이다 — 도쿄 특파원 이지은

일본 지바현의 한 자동화 김가공공장. 이곳에선 김 채취부터 건조, 재단, 포장까지 기계팔 12개가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
현지 대표 수산가공 기업 '마루야마식품'의 이토 사장은 말한다.

“김은 이미 일본에선 전통 식품이 아니라 ‘기술 기반 식품산업’입니다.”

일본 김 산업은 최근 로봇 자동화와 스마트 유통 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다.
김 채묘기에는 IoT 센서가 장착되어 수온, 염도, 미세조류 농도를 실시간 감지하고, 생산 전 과정을 클라우드로 관리한다.
정부는 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김 양식장 인력의 40% 절감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수작업 의존과 고령화 문제가 병존하고 있다. 기술 격차가 생산 효율과 품질관리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 [미국] ‘Seaweed Snack’, 건강 식품의 주류로 — LA 특파원 김태영

미국 대형 유통체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진열대에 놓인 ‘K-Seaweed Snack’ 시리즈.
이 제품을 만든 회사는 다름 아닌 한국계 창업자들이 세운 캘리포니아 현지 법인 ‘SEA&CO’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원초를 한국에서 수입받아 현지에서 직접 스낵으로 가공하고, 디자인과 마케팅도 미국식으로 재설계했다.

“이제 미국에서 김은 ‘아시안 반찬’이 아니라 비건·글루텐프리·저염 건강 간식의 대명사입니다.”
– 메리사 콜린스, Whole Foods 바이어

실제로 2024년 미국 김 제품 시장 규모는 6억 달러를 돌파했고, 연평균 12% 이상 성장 중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K-김은 여전히 OEM 수출 위주다. 반면 미국 현지 기업은 제품 차별화와 유통 독점으로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 [베트남] 김, 밥을 넘다 — 하노이 특파원 정지훈

하노이 도심의 한 슈퍼마켓. 현지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김은 한국산 ‘전장김’보다도 ‘김 라이스롤’, ‘김 튀김’, ‘김국수’ 등 현지화된 상품이다.
베트남 식문화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퓨전화’되고 있으며, 김은 그 중심에 있다.

“김을 재료로 보는 나라와, 완성품으로 파는 한국의 시각 차이가 문제입니다.”

한국산 김은 여전히 **‘간장·참기름 맛 위주 전통김’**에 머무르며, 현지 메뉴와 어우러지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반면 일본·중국 기업은 베트남 셰프들과 협업해 김을 활용한 요리형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실제로 호찌민, 하노이 등지의 카페에서는 ‘김치김 스낵볼’, ‘김 바질 파스타’ 같은 신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K-김, 수출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지화+브랜딩’이 생존 전략이다”

글로벌 김산업은 **‘식재료→제품→문화’로 진화 중이다.
일본은 기술로, 미국은 브랜드로, 동남아는 융합으로 김을 산업화하고 있다.

한국 김산업이 진짜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단순 수출을 넘어, 기술·디자인·가공·유통까지 아우르는 풀체인 전략이 필요하다.

김의 미래는 바다 너머, 세계의 식탁 위에 있다.
그리고 그 식탁에 무엇을 올릴지 결정하는 건, 이제 ‘대한민국 김 산업’의 전략이다.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