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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반도체' K-김, 스낵 혁신으로 세계를 씹다…수출 1.5조원 시대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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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반도체' K-김, 스낵 혁신으로 세계를 씹다…수출 1.5조원 시대 눈앞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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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반도체' K-김, 스낵 혁신으로 세계를 씹다…수출 1.5조원 시대 눈앞

산화방지·방습 기술, 포장 필름까지 총력전…日·中 추격 뚫고 세계 김 시장 70% 점유

김이 더 이상 단순한 밥반찬이 아니다. 'K-푸드테크'의 상징이자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K-김이 첨단 기술과 결합해 세계 식탁을 정조준하고 있다. 바삭한 식감과 장기 보관, 다양화된 맛을 무기로 김은 이제 수산물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스낵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김 수출은 사상 첫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를 돌파하고, 연내 1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6억4800만달러에서 2023년 7억9300만달러, 2024년 9억9700만달러로 연속 급증세를 보이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전 세계 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 일본·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기술이 맛을 만든다…‘한 장의 김’에 담긴 정밀 과학

김은 수분과 산소에 매우 민감하다. 한 장의 김이라도 눅눅해지거나 산패 냄새가 올라오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 대기업들은 40년간의 축적된 R&D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종, 건조, 조미, 포장 등 전 공정에 과학기술을 도입해 김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대상과 동원F&B는 김 품종 자체의 내열성과 내병성을 높이고, 온난화에 대응 가능한 고온 적응 품종을 개발해 어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후 수확된 김은 해양 오염과 이물질 제거를 위한 정밀 세척 후, 섭씨 45~50도의 일정한 온도에서 2시간 내외로 건조된다. 이는 김의 계절, 품질에 따라 세밀하게 조정되는 기업 고유의 알고리즘 기반 생산 데이터에 따른 것이다.

조미 과정 또한 과학의 영역이다. 들기름, 참기름, 올리브유 등 기름 종류와 배합비, 염분 농도, 산도 조절 등 수많은 변수를 통제하며 장당 굽기 공정까지 개별 설계한다. 동원F&B는 이 조미 기술로 바삭함 유지 및 유통기한 연장 특허까지 획득했다.

특히 수출 대상국의 기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동남아 수출용 김은 산패 방지력이 높은 기름을 선택하며, 실내외 온도 차가 큰 유럽이나 북미 시장에는 특수 포장 필름을 적용한다.

 

‘숨 쉬는 포장’이 만든 글로벌 바삭함

김 수출 경쟁력의 또 다른 핵심은 포장기술이다. 김은 외부 습도, 직사광선,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은 실리카겔을 넘어 미생물 제어 기술과 다중 필름 구조의 특수 포장재를 개발했다.

특히 김 산업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꼽히는 것이 '치환 포장' 기술이다. 대상은 포장 내부 산소를 질소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김의 산화를 억제해 최대 6개월 이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3중 구조 포장지의 가운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알루미늄층이 삽입되어, 방습·방온·차광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산 김은 영하 20도에서 영상 45도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도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 됐다.

 

글로벌 입맛 맞춘 현지 전략…치즈·떡볶이 맛 김까지

K-김은 이제 ‘스낵’으로 소비되는 시대다. 단순 밥반찬이 아니라 치즈맛, 떡볶이맛, 홍삼맛 등 외국인 입맛을 겨냥한 간식형 김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미국, 동남아, 유럽 시장에서는 '건강한 스낵' 트렌드와 맞물리며 조미김이 대체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상, 동원F&B, 사조, CJ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현지 수요와 유통환경에 따른 제품 맞춤 설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모방이 불가능한 기술 장벽을 통해 일본·중국 기업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K-씨푸드’의 기술 고도화가 만든 수출 신화

김 산업은 더 이상 어촌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초 양식, 가공, 포장, 수출에 이르기까지 R&D 중심의 푸드테크 산업군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형 식품산업이 고부가가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산업 전문가들은 “김 산업은 '첨단 농식품 기술'이 농어촌에 새로운 고용과 수출 활로를 열 수 있다는 선례”라며, “K-푸드의 다음 단계를 이끄는 성장 동력으로서 지속적인 정부 R&D 지원과 글로벌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김은 더 이상 바다에서 태어난 전통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의 기술 집약과 세계화 전략이 만들어낸, 바삭한 혁신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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