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의 직언직설 [직언직설 | 김호일 김저널 발행인] 김 산업, ‘바다를 벗어나다’…육상양식이 여는 새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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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산업, ‘바다를 벗어나다’…육상양식이 여는 새 지평
기후변화·해양오염에 대응할 '육상 김 양식'…350억 규모 국가사업 본격화
우리나라 김 산업이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수출 1조 원 시대를 연 대표적 수산식품이지만, 해양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생산 한계에 직면하면서 ‘육지에서 김을 기르는’ 새로운 전환점이 모색되고 있다.
바다에서 시작된 400년 김 양식의 역사
김 양식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엔 나뭇가지에 포자를 붙여 기르는 방식이었지만, 해방 이후 1962년 전남 고흥에서의 망홍 양식 성공을 시작으로 생산성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1980년대 이후 자동화와 시설화가 진전되며 오늘날의 대규모 김 산업이 형성됐다.
2024년 기준 김 생산량은 1억 5천만 속에 달하며, 해마다 증가 추세다. 수출 또한 활발하다. 김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한 건강식품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탄소흡수 효과까지 인정받아 친환경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김 시장의 70%가 한국산으로, 2023년에는 수출액이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했다.

‘환경 리스크’에 흔들리는 바다 김 양식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김 양식 산업은 불안정한 해양환경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수온 상승이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 김 표면에 식물 플랑크톤이 과도하게 증식하며 ‘황백화’라는 질병이 나타난다. 이 현상은 일본 김 산업을 크게 위축시켰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양식장의 밀집과 영양 부족, 부영양화로 인한 김의 품질 저하, 해양쓰레기와 중금속 오염 등도 김 생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김 양식에 최적의 환경이 아니다.
김, 바다를 떠나다…육상양식 기술개발 본격화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는 김의 **‘육상양식’**에 주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공모사업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풀무원, 공주대학교, 포항공대 등 민간과 학계 연구진이 참여하며, 향후 5년간 약 3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김의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 종자 개발 ▲육상 사육환경에 적합한 기술 및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풀무원은 새만금 지역에 실증단지를 조성해 스마트팜 수준의 김 양식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며, 향후 이 기술을 어업인에게 전수하는 확산 전략도 세우고 있다.
푸드테크 시대의 초입…기회와 과제 공존
김의 육상양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실험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술이 많으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용화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바다와 달리 육상은 수온, 염도, 영양분, 조도 등 모든 재배환경을 제어할 수 있어 품질의 안정성 확보와 고부가가치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 양식장, AI 기반 생장관리, 자동화 수확 등 4차 산업 기술과의 융합 가능성은 산업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식품공급 체계와 연계하면, 김 산업은 기존의 어업을 넘어 식품-환경-기술이 결합된 첨단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김은 더 이상 바다에만 기대는 식품이 아니다. 이제는 푸드테크와 친환경 산업의 한 축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김’이라는 산업의 재정의가 필요할 때
육상 김 양식에 대한 시도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의 재편성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읽혀야 한다. 수출 중심의 고속 성장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한 김 산업이 이제는 내실 있는 ‘시스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다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김 산업의 다음 챕터는 ‘바다에서 육지로, 자연에서 기술로’라는 패러다임 전환 위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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