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성장률 뒤에 가려진 김양식 산업의 구조적 병목K-김 세계 1위의 그늘… ‘위험한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할 때
“김은 익숙하다, 그래서 방치됐다”
성장률 뒤에 가려진 김양식 산업의 구조적 병목
K-김 세계 1위의 그늘… ‘위험한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할 때
매년 한국은 약 50만 톤의 김을 생산하며 세계 수출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미국·일본·동남아를 중심으로 ‘K-김’은 이제 한류 식품의 대표 격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24년 김 수출액은 약 7억 5천만 달러(한화 1조 원 가까이)에 달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산업 전반의 낡은 구조, 지역 불균형, 환경오염, 가격 왜곡, 고령화 등 해결되지 않은 복합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양식 방식은 20년째 제자리”
전국 양식장의 70% 이상이 여전히 부직포형 채묘망, 스티로폼 부표, 수작업 중심 수확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생산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파손된 부표와 채묘틀이 해양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전남·경남 등 주요 산지 어민들 사이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로 폐기물 회수 비용과 친환경 자재 교체 비용이 부담이 되면서, 정책 전환에 저항이 존재한다.
김용재 해양수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김산업은 기술적으로 스마트화가 필요한 단계지만,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수산물 생산량 기준 평가에 머물러 있다”며 “구조 전환을 유도할 인센티브나 리스크 분산 장치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양식은 많은데,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적 착시”
김 가격은 해마다 등락을 반복하지만, 양식 어민의 체감 수익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원인은 ▲가공업체 중심의 가격 책정 구조 ▲공판장 집중화 ▲수출 중심의 물류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공판장 낙찰가는 전년 대비 8% 상승했지만, 어민 실수익은 4~7%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익 구조가 가공-유통-무역에 집중되고, 원초(原草) 생산자인 어민은 후순위로 밀려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 문제가 더해진다. 김 양식 어가의 55%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며, 30대 미만의 신규 진입자는 전체의 2% 미만이다. 젊은층의 진입 장벽은 ▲높은 초기 장비 투자비용 ▲노동강도 ▲불안정한 가격 구조 때문으로 나타난다.

“스마트 양식, 고부가가치 가공, 브랜드화… 3대 혁신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부터 ▲친환경 부표 100% 전환 ▲AI기반 스마트 양식장 시범사업 확대 ▲수출 가공 김 품질 인증제 도입 등을 포함한 ‘김 산업 고도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은 “산업 전환은 공공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협동조합·기업·지자체의 삼각 협력 모델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김산업 전담기구 설립을 통해 정책·기술·브랜딩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선도기업들은 ▲스낵형 김, 기능성 김, 유기농 김 등 고부가 제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고, ▲AI 양식장 솔루션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식품 김’을 넘어서 ‘기능식품 김’으로 산업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김은 이제 양식물이 아니라 전략산업이다.”
해양 쓰레기에서 ESG로, 어촌 수익에서 K-브랜드로.
김산업은 지금, ‘성장’이 아닌 ‘구조’를 바꿔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익숙한 것에 대한 경계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